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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왜 페이지 번호가 있을까? 책의 탄생부터 페이지 개념의 역사

by j00331028 2026. 8. 31.

책에는 왜 페이지 번호가 있을까? 책의 탄생부터 페이지 개념의 역사를 따라가 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책 한 권이 오랜 시간 동안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책에는 왜 페이지 번호가 있을까? 책의 탄생부터 페이지 개념의 역사
책에는 왜 페이지 번호가 있을까? 책의 탄생부터 페이지 개념의 역사

두루마리에는 왜 페이지 번호가 없었을까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 가운데 하나가 페이지입니다. 1페이지부터 시작해서 10페이지, 100페이지처럼 숫자가 이어지고 목차를 보면 해당 내용이 몇 페이지에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내용을 찾지 못했을 때는 페이지를 직접 넘겨가며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닙니다.

인류가 글을 기록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과 같은 책을 사용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사람들이 사용한 기록물은 오늘날의 책보다 두루마리에 가까웠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파피루스를 이용해 문서를 만들었고 긴 파피루스 여러 장을 이어 붙여 두루마리 형태로 보관했습니다. 글을 읽으려면 두루마리를 조금씩 펼치면서 내용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이어지는 구조였기 때문에 지금처럼 몇 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숫자로 표시할 필요가 크지 않았습니다.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는 길게 이어지는 하나의 기록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두루마리에서도 특정 부분을 찾기 위한 표시가 사용됐습니다. 제목이나 글의 시작 부분을 구분하거나 문단을 나누는 방법이 있었고 내용을 효율적으로 찾기 위한 여러 장치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책처럼 모든 면에 순서대로 숫자를 붙이는 방식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책의 구조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달라지게 됩니다.

고대 로마 시대에는 두루마리와 함께 코덱스라고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책이 점차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코덱스는 여러 장의 낱장 재료를 겹쳐 한쪽을 묶는 형태였습니다. 지금의 책과 상당히 비슷한 구조입니다.

코덱스가 등장하면서 읽는 방법도 달라졌습니다.

두루마리는 읽고 싶은 부분까지 계속 펼쳐야 하지만 코덱스는 책장을 넘기면서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앞뒤 내용을 쉽게 비교할 수 있었고 특정한 부분을 다시 찾아보는 것도 훨씬 편리했습니다.

초기 코덱스는 파피루스나 양피지 등을 이용해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양피지는 동물의 가죽을 가공해 만든 재료로 내구성이 높아 오랫동안 중요한 기록물 제작에 사용됐습니다.

책의 형태가 바뀌면서 페이지라는 개념도 중요해졌습니다.

두루마리에서는 기록물이 하나로 길게 이어져 있었지만 코덱스에서는 각각의 낱장이 물리적으로 구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장을 앞뒤로 넘기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면서 각각의 면을 구분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한 장의 종이를 생각할 때 앞면과 뒷면을 따로 생각하는 것처럼 책에서도 각각의 면이 하나의 단위가 됐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페이지와 페이지 번호는 같은 시기에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책의 각 면을 구분하는 개념이 생겼다고 해서 곧바로 모든 페이지에 숫자를 적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책의 내용이 많아지고 여러 사람이 문서를 활용하게 되면서 특정 부분을 쉽게 찾기 위한 표시가 필요해졌고 그 과정에서 페이지 번호가 점차 발전했습니다.

책은 오랫동안 종교기관과 학자 그리고 일부 지식계층을 중심으로 제작됐습니다. 직접 손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필사본은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책 자체가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책의 위치를 찾기 위해 페이지 번호를 사용하는 것이 지금만큼 절실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책 한 권이 만들어지면 그 책을 소유하거나 사용하는 사람의 수가 제한적이었고 내용이 바뀌지 않은 상태로 반복해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이 점점 복잡해지고 많은 사람이 같은 내용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어떤 문장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 책의 어느 부분인지 정확하게 알려줄 필요가 생겼습니다. 종교적인 문헌을 연구하거나 법률과 학문을 논의할 때도 특정 부분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때 페이지의 위치를 일정한 방법으로 표시하는 것이 유용해졌습니다.

결국 페이지 번호는 단순히 책장을 세기 위해 만들어진 숫자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같은 문서를 빠르게 찾아가기 위한 약속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지 번호는 언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을까

페이지 번호의 역사를 살펴볼 때는 숫자가 적혀 있는 모든 기록물을 같은 의미로 보면 안 됩니다. 고대와 중세의 책에는 글의 위치를 찾기 위한 여러 가지 방식이 사용됐고 책의 종류와 시대에 따라 표시 방법도 달랐습니다.

특히 중세 필사본에서는 페이지나 글의 위치를 구분하기 위해 문서의 시작 부분이나 장의 제목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책의 내용을 여러 장으로 나누고 각 장의 제목을 표시하면 원하는 내용을 찾기가 조금 쉬워졌기 때문입니다.

페이지 번호가 점차 중요해진 것은 책을 여러 사람이 함께 참고하고 서로 내용을 비교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나면서였습니다.

학자들이 같은 책을 보고 토론할 때 특정 내용을 찾아야 했고 종교문헌을 연구할 때도 특정 구절을 정확하게 지칭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책의 앞쪽에서 몇 번째 부분이라고 설명하는 것보다는 일정한 번호를 사용하면 훨씬 편리했습니다.

특히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집니다.

15세기 중반 유럽에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이용한 인쇄술을 발전시키면서 책을 대량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인쇄술의 발전은 책을 만드는 속도와 수량을 크게 변화시켰고 같은 내용의 책을 여러 부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전의 필사본에서는 같은 책이라도 필사 과정에서 내용이나 배치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었지만 인쇄본은 같은 판으로 여러 부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독자들이 공통된 형태의 책을 공유하기 쉬워졌습니다.

이 변화는 페이지 번호의 중요성을 더욱 키웠습니다.

같은 책의 여러 부가 만들어지면 사람들은 “그 책의 몇 번째 페이지에 이런 내용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여러 사람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판본을 보고 있기 때문에 위치를 숫자로 공유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초기 인쇄본이 모두 오늘날처럼 페이지 번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초기 책에서는 페이지 대신 폴리오 번호라는 방식이 많이 사용됐습니다. 폴리오는 책장을 세는 단위로 한 장의 앞뒤를 각각 따로 세는 방식과는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한 장의 종이에 앞면과 뒷면이 있다면 그것을 하나의 폴리오로 보고 앞면을 정면이라고 부르고 뒷면을 이면으로 구분하는 식입니다.

이런 방식은 특히 오래된 필사본과 초기 인쇄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책에서 사용하는 페이지 번호와는 개념이 다르지만 문서 안에서 위치를 특정한다는 목적은 비슷했습니다.

또한 책의 내용 자체를 구분하기 위한 장과 절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성경처럼 매우 긴 문헌에서는 내용을 장과 절로 구분해 특정 구절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성경의 장 구분은 중세에 발전했고 16세기에는 절 번호 체계도 자리 잡았습니다. 이런 변화는 책의 위치를 체계적으로 가리키는 방법이 발전하는 과정과 맞물려 있습니다.

책을 단순히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뿐 아니라 필요한 부분을 찾아 참고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위치를 찾는 장치가 중요해졌습니다.

인쇄술이 널리 퍼진 이후에는 목차와 색인도 발전했습니다.

책의 앞부분에서 어떤 내용이 몇 페이지에 있는지 보여주는 목차가 만들어졌고, 책의 뒤쪽에는 특정 단어나 주제를 가나다순이나 알파벳순으로 정리해 찾아볼 수 있는 색인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장치들이 함께 발전하면서 오늘날의 책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페이지 번호 하나만 보면 단순한 숫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책을 찾고 비교하고 인용하고 공유하기 쉽게 만드는 정보 체계의 일부입니다.

논문에서 특정 내용을 인용할 때 페이지 번호를 적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인터넷 검색에서는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바로 해당 내용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책에서는 페이지가 일종의 위치 정보 역할을 합니다.

특히 학술 연구에서는 이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책의 어느 부분을 참고했는지 다른 사람이 다시 확인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페이지 번호는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연구자와 연구자 사이에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공통 언어 역할도 합니다.

책은 왜 페이지 번호를 넘어 디지털 화면으로 이동했을까

책의 형태는 인쇄술의 발전 이후에도 계속 변화했습니다.

종이가 더 널리 사용되고 인쇄기술이 발전하면서 책의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고 다양한 종류의 책이 등장했습니다. 소설이나 교과서뿐 아니라 신문과 잡지 그리고 사전과 백과사전처럼 많은 분량을 가진 자료도 대량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책이 많아질수록 정보를 찾기 위한 장치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목차와 페이지 번호뿐 아니라 색인과 머리말 그리고 장 제목 등이 독자가 책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런 구조는 지금도 거의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앞쪽에는 차례가 있고 본문에는 페이지 번호가 있으며 긴 책의 경우 뒤쪽에는 색인이 있습니다. 독자는 이 장치들을 이용해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가 오면서 책의 구조에 또 다른 변화가 생겼습니다.

전자책에서는 종이를 넘기지 않아도 화면을 누르거나 밀어서 다음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면 그 단어가 등장하는 부분을 바로 찾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종이책의 페이지 번호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같은 전자책이라도 사용하는 기기의 화면 크기나 글자 크기에 따라 한 화면에 표시되는 내용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종이책처럼 항상 같은 위치에 같은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전자책에서는 종이책과 다른 방식의 위치 표시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페이지 대신 장과 절을 기준으로 하거나 전자책의 위치 정보를 활용하고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디지털 시대에도 페이지라는 개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전자책의 일부 형태에서는 인쇄본과 같은 페이지 번호를 보여주기도 하고 학술자료에서는 여전히 PDF의 페이지 번호를 사용합니다. 종이책과 전자문서를 서로 비교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페이지 번호가 여전히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즉 기술이 바뀌었다고 해서 기존의 정보구조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책을 찾고 비교하고 인용하기 위해 일정한 위치 표시 방법을 만들어 왔고 페이지 번호는 그 가운데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남아 있습니다.

책의 역사에서 페이지 번호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면 조금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페이지 번호는 책의 내용을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고 문장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이 없으면 긴 책에서 특정 내용을 다시 찾기가 훨씬 불편해집니다.

그래서 책이 커지고 내용이 많아질수록 페이지 번호의 가치도 커졌습니다.

오늘날에는 검색 기능 때문에 페이지 번호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학술서적이나 법률 문서 그리고 계약서와 같은 자료에서는 여전히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정 내용을 정확하게 지칭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숫자로 표시된 위치가 가장 간단하고 명확한 방법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페이지 번호는 책을 읽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책이라는 거대한 정보를 탐색하기 위한 지도에 가깝습니다.

책의 역사를 처음으로 돌아가 보면 인류는 긴 시간 동안 기록을 남기는 방법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두루마리에서 코덱스로 형태가 바뀌었고 종이와 인쇄술이 널리 퍼지면서 책은 더욱 많은 사람에게 보급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페이지와 페이지 번호 그리고 목차와 색인 같은 정보 탐색 장치도 발전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책을 펼쳐서 원하는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종이를 묶어 놓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 기록물을 어떻게 정리하고 찾아볼 것인지 고민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페이지 번호를 볼 때 그냥 숫자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 숫자는 책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표시이자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 온 약속의 흔적입니다.

종이책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남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기록을 남기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야 하는 한 책의 위치를 구분하는 방법도 계속 필요할 것입니다.

지금은 페이지 번호를 넘어서 검색과 링크와 전자적인 위치 정보가 그 역할을 함께 맡고 있습니다.

책의 형태는 계속 변하고 있지만 한 가지 목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원하는 순간에 다시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책을 펼치고 페이지를 확인하는 순간에도 사실은 수천 년 동안 이어진 기록과 정보 정리의 역사를 사용하고 있는 셈입니다.